|
메뉴릿
카테고리
전체혀 손 뇌 귀 눈 발 berlin 09 태그
토리
YoLaTengo
verve
DIY
Bösebrücke
ㅇㅎㅇㅎ
Russell
NoProblem
개물림
ㅆ
우스갯소리는아님
DonnieDarko
민수야
예술
인도
지금이순간
Berlin
aThousandSplendidSuns
닥터캡슐
WhatYouGiveYouGetBack
Oasis
이리
강원도
DamienRice
AntonyGormley
GMF
훅
비몽
더컬럼스갤러리
BobDylan
최근 등록된 덧글
잘자영.by HJOO at 12/22 그러고보니 ET에서 이티.. by Jaya at 12/20 고냥이 인형같애! by kyong at 12/20 아하 이게 그 사진이군염!.. by 딴짓쟁이 at 12/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y Q-jin at 12/18 ... 후엉. by g--- at 12/18 후 이제 영디/엔지오만 .. by Jaya at 12/18 사실 니가 열받은 이유의.. by Jaya at 12/18 후 의외로 의미있을지도.. by Jaya at 12/18 Machen wir Pause.... by 딴짓쟁이 at 12/12 포토로그
최근 등록된 트랙백
ㅇㅎㅇㅎ vol. 1by fake junk lemon drops FlohMarkt@Berlin by Indie*visual 트랙백은 또 뭐야 by HANI님의 이글루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by * 이글루 파인더
|
세상에는 뱃 속에 짐승이 한 마리씩 들어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짐승끼리는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본다. 애초부터 내부 구조가 그냥 그런거다. 굳이 시각적인 형태로 표현하자면 벌집 같은 모양일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백열등 하나로 간신히 밝힌 회사 창고 안에서, 언니는 울었고 대화는 간간히 이어졌지만 우리는 서로가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인정했다.
_ 어릴 때는 '좋아하는 감정'보다 '사랑'이 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면 '사랑'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쯤이었나, 사랑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할머니 때문에 알게 됐다. 나는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손톱만큼도 좋아할 수는 없었다.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피붙이라는 거, 본능, 그거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기보다는 좋아해주기를 더 바라는 것 같다. _ 며칠 전 점심 시간에 구두 굽을 고치러 수선점에 갔다. 굽 아래에 박는 마개만 바꾸려했는데, 너무 오래된 신발이라 아예 굽을 갈고 바닥도 새로 까는 편이 좋겠다고 하셔서 신발을 맡기고 앉아있었다. 가열해서 신발을 늘려 굽을 빼내고 본드를 바르고 잠시 밖에 말린 뒤 붙이고 오려내고 다시 말리는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나는 30분이 넘게 기다려야했다. 내가 앉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근처의 직장인들이 구두를 고치거나 닦으러 드나들었고, 아저씨는 내 신발을 고치는 사이사이 10켤레쯤 되는 구두를 닦고 고쳤다. 더러워졌다던지 굽 속의 쇠가 부러졌다던지 밑창이 떨어졌다던지 굽이 닳았다던지 하는 각양각색의 문제점을 지닌 신발을 들고 20명쯤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지만, 아저씨는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있었고 거기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알고있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성스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하리 할러가 층계참에 앉아서 남양삼나무를 지켜보는 일을 좋아했던 것 처럼, 난 구두수선집에 앉아있는게 좋다. 상자 같은 좁은 방에 앉아서 구두고치는 걸 지켜보고있을 때면 세상의 모든 걱정이 없어지면서 오로지 구두를 다시 온전하게 만드는 일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두수선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수년, 또는 수십년간 그 일을 계속해온 분들이 대부분이라 '신발'이라는 존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의 경우의 수를 알고있으며 그 어떤 구두를 고칠 때에도 오로지 그 구두에만 집중해서 결국엔 완전하게 고쳐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 정도로 엉망인 신발을 가져가면 창피하지 않을까' 같은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구둣방 아저씨들은 그 어떤 구두에도 편견을 갖지 않는다. 그렇게 작은 방에 앉아 완전히 자기 일에 몰두해서 결국에는 그 문제를 해결해낼 것이 분명한 사람의 프로세스를 지켜보는 일은 아무리 다시 봐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가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 ||||